2010년 11월 17일 수요일

복잡한 미로

너무 복잡하게 생겨 먹어서 출구가 어딘지, 입구가 어딘지도 모를 미로안에 같혀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남자는 그 미로에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언젠가 부터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저 출구가 어딘지 찾으려고 이리 저리 미로안을 헤메고만 있을 뿐이었다. 출구를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들때면 항상 그는, 자신이 왔던 길들을 되짚어 보려 했다. 그래서인지 매번 출구 가까이 까지 다다랐다가도 다시 엉뚱한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곤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남자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를 미로안에서 듣게 되었다. 그는 의아해 했다.
'나 말고도 이런 복잡한 미로속에 들어오려 한 사람이 또 있어?'
그 여자는 어떤이유인지 모르지만 그 미로를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 보듯 환히 꿰뚫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마주치지 않고 벽하나 너머에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계속 그런 식으로 이 안에 갖혀 있다간 죽게 될거에요."
남자는 별 상관하지 않는듯 대답 했다.
"알아요."
"알면서도 아직 그러고 있는 거에요?"
답답하다는 듯 여자가 물었다.
"어쨋든 출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까지 출구를 눈으로 확인한 적은 없잖아요?"
"그렇긴 하죠."
남자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출구가 있다는 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거기에 다다를 의미라는 걸 알고 있어요."
"자신 만만 하시군요."
여자가 비아냥대는 목소리를 벽 너머로 보냈다.
"항상 출구가 가까워짐을 느끼면서도 제가 걸어 왔던 길을 되돌아 보느라 또 길을 잃곤 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어쨋든 내 방식인 것 같아요. 만일 내가 결국 출구를 찾게 되면 이 미로의 출구는 절대 잊어 버리지 않을 자신이 생기는 군요."
여자는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대답했다.
"그나마 다행인게 그래도 당신 혼자 헤메고 있었다는 사실이네요. 저는 출구를 알고 있어요. 만일 원한다면 제 발자국 소리를 따라와 보세요. 얼마안가 출구를 찾을 거니까요."
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럼 먼저 가세요. 저도 이번에는 제 방식데로 출구를 찾을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아마 나는 당신 발자국 소리를 듣고 따라가지 못할 것 같군요."
여자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했다.
"어쩔 수 없죠. 그럼 행운을 빌어요."
"출구에서 보자구요."
남자는 나직히 인사 했다.

얼마후 출구에 선 여자는 다가오는 남자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느쪽이 옳다고 말 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의 방식은 제각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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