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남자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를 미로안에서 듣게 되었다. 그는 의아해 했다.
'나 말고도 이런 복잡한 미로속에 들어오려 한 사람이 또 있어?'
그 여자는 어떤이유인지 모르지만 그 미로를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 보듯 환히 꿰뚫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마주치지 않고 벽하나 너머에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계속 그런 식으로 이 안에 갖혀 있다간 죽게 될거에요."
남자는 별 상관하지 않는듯 대답 했다.
"알아요."
"알면서도 아직 그러고 있는 거에요?"
답답하다는 듯 여자가 물었다.
"어쨋든 출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까지 출구를 눈으로 확인한 적은 없잖아요?"
"그렇긴 하죠."
남자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출구가 있다는 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거기에 다다를 의미라는 걸 알고 있어요."
"자신 만만 하시군요."
여자가 비아냥대는 목소리를 벽 너머로 보냈다.
"항상 출구가 가까워짐을 느끼면서도 제가 걸어 왔던 길을 되돌아 보느라 또 길을 잃곤 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어쨋든 내 방식인 것 같아요. 만일 내가 결국 출구를 찾게 되면 이 미로의 출구는 절대 잊어 버리지 않을 자신이 생기는 군요."
여자는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대답했다.
"그나마 다행인게 그래도 당신 혼자 헤메고 있었다는 사실이네요. 저는 출구를 알고 있어요. 만일 원한다면 제 발자국 소리를 따라와 보세요. 얼마안가 출구를 찾을 거니까요."
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럼 먼저 가세요. 저도 이번에는 제 방식데로 출구를 찾을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아마 나는 당신 발자국 소리를 듣고 따라가지 못할 것 같군요."
여자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했다.
"어쩔 수 없죠. 그럼 행운을 빌어요."
"출구에서 보자구요."
남자는 나직히 인사 했다.
얼마후 출구에 선 여자는 다가오는 남자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느쪽이 옳다고 말 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의 방식은 제각각이니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