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9일 월요일

우동 한 그릇

해마다 12월 31일이 되면 우동집으로서는 일년 중 가장 바쁠 때이다.
북해정(北海亭)도 이날만은 아침부터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보통 때는 밤 12시쯤이 되어도 거리가 번잡한데 그날만큼은 밤이 깊어질수록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10시가 넘자 북해정의 손님도
뜸해졌다. 사람은 좋지만 무뚝뚝한 주인보다 오히려 단골손님으로부터
주인 아줌마라고 불리고 있는 그의 아내는 분주했던 하루의 답례로
임시종업원에게 특별상여금 주머니와 선물로 국수를 들려서 막 돌려보낸
참이었다.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막 나갔을 때, 슬슬 문앞의 옥호(屋)막을
거둘까 하고 있던 참에, 출입문이 드르륵하고 힘없이 열리더니 두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6세와 10세 정도의 사내 아이들은 새로 준비한듯한 트레이닝 복 차림이고,
여자는 계절이 지난 체크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라고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그 여자는 머뭇머뭇 말했다.
"저..... 우동...... 일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뒤에서는 두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네..... 네. 자, 이쪽으로."
난로 곁의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주방 안을 향해,
"우동, 1인분!"
하고 소리친다. 주문을 받은 주인은 잠깐 일행 세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면서,
"예!"
하고 대답하고, 삶지 않은 1인분의 우동 한 덩어리와 거기에 반덩어리를
더 넣어 삶는다.
둥근 우동 한 덩어리가 일인분의 양이다. 손님과 아내에게 눈치 채이지 않은
주인의 서비스로 수북한 분량의 우동이 삶아진다.
테이블에 나온 가득 담긴 우동을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고 먹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카운터 있는 곳까지 희미하게 들린다.
"맛있네요."
라는 형의 목소리.
"엄마도 잡수세요."
하며 한 가닥의 국수를 집어 어머니의 입으로 가져가는 동생.
이윽고 다 먹자 150엔의 값을 지불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라고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 모자에게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많이 받으세요!."
라고 주인 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했다.

신년을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 한해를 보내고,
다시 12월 31일을 맞이했다.
전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끝내고, 10시를 막 넘긴 참이어서 가게를
닫으려고 할 때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여주인은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무늬의 반코트를 보고, 일 년 전 섣달 그믐날의 마지막 그 손님들임을 알아보았다.
"저..... 우동..... 일인분입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여주인은 작년과 같은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우동 일인분!"
하고 커다랗게 소리친다.
"네엣! 우동 일인분."
라고 주인은 대답하면서 막 꺼버린 화덕에 불을 붙인다.
"저 여보, 서비스로 3인분 내줍시다."
조용히 귀엣말을 하는 여주인에게,
"안돼요. 그런 일을 하면 도리어 거북하게 여길 거요."
라고 말하면서 남편은 둥근우동 하나 반을 삶는다.
"당신,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좋은 구석이 있네요."
미소를 머금는 아내에 대해, 변함없이 입을 다물고 삶아진 우동을
그릇에 담는 주인이다. 테이블 위의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싼 세 모자의
얘기소리가 카운터 안과 바깥의 두사람에게 들려온다.
"음..... 맛있어요....."
"올해도 북해정의 우동을 먹게 되네요?"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 먹고, 150엔을 지불하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에 주인 내외는,
그들 마음속의 '무슨일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힘내세요, 이겨내세요!'라는 말대신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날 수십번 되풀이했던 인삿말로 전송한다.


그 다음해의 12월 31일 밤은 여느 해보다 더욱 장사가 번성하는 중에 맞게
되었다. 북해정의 주인과 여주인은 누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9시 반이
지날 무렵부터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10시를 넘긴 참이어서 종업원을
귀가시킨 주인은, 벽에 붙어 있는 메뉴표를 차례차례 뒤집었다.
금년 여름에 값을 올려 '우동 200엔'이라고 씌어져 있던 메뉴표가 150엔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2번 테이블 위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예약석> 이란 팻말이 놓여져 있다. 10시반이 되어, 가게 안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기나 한 것처럼, 모자 세 사람이 들어왔다.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 형이 입고 있던 잠바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엄마는 색이 바랜 체크 무늬 반코트 차림
그대로였다.
"어서 오세요!"
라고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엄마는 조심조심 말한다.
"저..... 우동..... 이인분인데도..... 괜찮겠죠."
"넷..... 어서어서. 자 이쪽으로."
라며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거기 있던 <예약석> 이란 팻말을
슬그머니 감추고 카운터를 향해서 소리친다.
"우동 이인분!"
그걸 받아,
"우동 이인분!"
이라고 답한 주인은 둥근 우동 세 덩어리를 뜨거운 국물속에 던져넣었다.
두 그릇의 우동을 함께 먹는 모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리고, 이야기도 활기가
있음이 느껴졌다. 카운터 안에서, 무심코 눈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짓는 여주인과, 예의 무뚝뚝한 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이다.
"형아야, 그리고 쥰아..... 오늘은 너희 둘에게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구나."
".... 고맙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실은, 돌아가신 아빠가 일으켰던 사고로, 여덟명이나 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잖니. 보험으로도 지불할 수 없었던 만큼을, 매월 5만엔씩 계속 지불하고
있었단다."
"음---- 알고 있어요."
라고 형이 대답한다. 여주인과 주인은 몸도 꼼짝 않고 가만히 듣고 있다.
"지불은 내년 3월까지로 되어 있었지만, 실은 오늘 전부 지불을 끝낼 수
있었단다."
"넷! 정말이에요? 엄마!"
"그래, 정말이지. 형아는 신문배달을 열심히 해주었고, 쥰이 장보기와 저녁
준비를 매일 해준 덕분에, 엄마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던 거란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일을 해서 회사로부터 특별수당을 받았단다. 그것으로 지불을
모두 끝마칠 수 있었던 거야."
"엄마! 형! 잘됐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저녁 식사 준비는 내가 할 거예요."
"나도 신물배달, 계속할래요. 쥰아! 힘을 내자!"
"고맙다. 정말로 고마워."
형이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지금 비로소 얘긴데요, 쥰이하고 나, 엄마한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요..... 11월 첫째 일요일, 학교에서 쥰이의 수업참관을 하라고 편지가
왔었어요. 그때, 쥰은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아놓고 있었지만요.
쥰이 쓴 작문이 북해도의 대표롤 뽑혀, 전국 콩쿠르에 출품되게 되어서
수업참관 일에 이 작문을 쥰이 읽게 됐대요. 선생님이 주신 편지를 엄마에게
보여드리면..... 무리해서 회사를 쉬실 걸 알기 때문에 쥰이 그걸 감췄어요.
그걸 쥰의 친구들한데 듣고..... 내가 참관일에 갔었어요."
"그래..... 그랬었구나..... 그래서."
"선생님께서, 너는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제목으로, 전원에게
작문을 쓰게 하셨는데, 쥰은 <우동 한그릇> 이라는 제목으로 써서 냈대요.
지금부터 그 작문을 읽어드릴께요. 우동 한그릇 이라는 제목만 듣고,
북해정에서의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쥰 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죠. 작문은.....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많은 빚을 남겼다는 것, 엄마가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계시다는 것, 내가 조간, 석간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는 것 등..... 전부
씌어 있었어요. 그리고서 12월 31일 밤 셋이서 먹은 한 그릇의 우동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것..... 셋이서 다만 한 그릇밖에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동집 아저씨와 아줌마는,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큰 소리로 말해 주신 일. 그 목소리는.....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요. 그래서 쥰은, 어른이 되면, 손님에게 힘내라! 행복해라! 라는
속마음을 감추고, 고맙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제일의 우동집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었어요."
카운터 안쪽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 주인과 여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카운터 깊숙이에 웅크린 두 사람은, 한장의 수건 끝에 서로 잡아당길 듯이
붙잡고, 참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작문 읽기를 끝마쳤을 때 선생님이, 쥰의 형이 어머니를 대신해서
와주었으니까, 형아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해서....."
"그래서 형아는 어떻게 했지?"
"갑자기 요청받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말이 안 나왔지만..... '여러분, 항상 쥰과 사이좋게 지내줘서 고맙습니다..... 동생은 매일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클럽활동 도중에 돌아가니까, 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동생이 <우동 한그릇> 이라고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에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슴을 펴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고 있는 동생을
보고 있는 사이에, 한 그릇의 우동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더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한 그릇의 우동을 시켜주신
어머니의 용기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형제가 힘을 합쳐,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쥰과 사이좋게 지내 주세요'
라고 말했어요."
차분하게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웃다가 넘어질 듯이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고, 작년까지와는 아주 달라진 즐거운 그믐날밤의 광경이었다.
우동을 다 먹고 300엔을 내며 '잘 먹었습니다.' 라고 깊이깊이 머리를 숙이며
나가는 세 사람을, 주인과 여주인은 일년을 마무리하는 커다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전송했다.

다시 일년이 지나----
북해정에서는, 밤 9시가 지나서부터 <예약석> 이란 팻말을 2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 세 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또 다음 해에도, 2번 테이블을 비우고 기다렸지만, 세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북해정은 장사가 번성하여, 가게 내부수리를 하게 되자, 테이블이랑
의자도 새로이 바꾸었지만 그 2번 테이블만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새 테이블이 나란히 있는 가운데에서, 단 하나 낡은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14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해 12월 31일의 일이다.
북해정네는, 매년 장사가 번성해 그날도 손님들은 만원이었다. 하지만
'12월 31일 10시 예약석'은 비워둔 채였다. 그러나 주인 내외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올해도 역시 그 예약석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10시 반이 지났을 때, 입구의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두 사람의 청년이 들어왔다.
아직 손님이 많은 식당의 번잡함과 함께 여주인이 죄송하다는 듯한 얼굴로
"공교롭게 만원이어서" 라며 거절하려고 했을 때 화복(일본 전통 의상)
차림의 부인이 깊이 머리를 숙이며 들어와서, 두 청년 사이에 섰다.
화복을 입은 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 괜찮겠죠."
그말을 들은 여주인의 얼굴색이 변했다.
십수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 젖히고, 그 날의 젊은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의 모습이 눈앞의 세 사람과 겹쳐진다.
카운터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 주인과, 방금 들어온 세 사람을 번갈아 가리키면서,
"저.... 저..... 여보!"
하고 당황해 하고 있는 여주인에게 청년 중 하나가 말했다.
"우리는, 14년 전 섣달 그믐날 밤, 모자 셋이서 일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후, 우리는 외가가 있는 시가현으로
이사했습니다. 저는 금년,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도쿄의 대학병원에 소아과의 병아리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만, 내년 4월부터 삿뽀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 인사도 하고 아버님 묘에도 들를 겸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우동집 주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교오또의 은행에 다니는
동생과 상의해서, 지금까지 인생가운데에서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것은, 섣달 그믐날 어머님과 셋이서 삿뽀로의 북해정을
찾아와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여주인과 주인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넘쳐
흘렀다. 잠깐동안 시간이 멈춘듯 모든것이 이들을 조용히 지켜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여주인의 감동에 찬 목소리가 이어졌다.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다시 한번 한해의 마지막 밤 북해정 2번 테이블에 앉은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손님들을 위한 여주인의 특별한 우동 주문이 주방을 향해 외쳐진다.  
"여보! 2번 테이블 우동 3인분!"
무뚝뚝한 얼굴을 눈물로 적신 주인,
"네엣! 우동 3인분!"

2010년 7월 17일 토요일

2010년 7월 11일 일요일

이끌어 간다는 것...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것...

그러기 위해 해야 하는 것...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알아 주어야 한다는 것...

나를 지워버릴 수 있을 만큼 낮아 져야 한다는 것...

깨달음을 받았다면, 변해야 한다는 것...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주위에 동화 될 수 있는 것...

먼저 희생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항상 준비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을 항상 잊어버리지 않고 마음에 담고 살아야 한다는 것...

2010년 7월 7일 수요일

헛된 외침,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대답

사람들은 모두들... 자기가 원하는 말을 하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한다.
나조차도 그렇다.

그런 욕망에 기인해서 내는 입으로 만들어 지는 소리들은
결국 돌아오지 않는 대답 처럼 공허하게, 헛되게 공간만을 울리다 잠든다.

원하는 말들은 헛되게 되고 그말들은 결국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한채
사람들의 귀에서 버려지고 아무런 대답을 갖지 못한채 사라진다.

작은 가르침에 조차 귀기울지 못하는 자가 어떻게 외칠수 있는가?
어떤 울림이 있는, 의미가 있는 소리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서 대화를 시작하라.
항상 앞서는 것은 부끄러움과 실망일 것이나...

결국 너는 그런 연습을 통해 침묵속의 빛을 보게 되고
조용한 울림을 만들고 기어이 주위를 공명으로 이끌것이다.